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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대 기계치의 운전면허 도전기 3

머니앤파워 2024. 7. 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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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마 멋지지?? 1종 할걸 그랬나? ㅋㅋ

(머니파워=황진교) 수요일이 시험일이니까 월요일 화요일 이틀 동안 퇴근 후 단골 커피숍에서 운전면허 필기시험공부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생 계획대로 안된다는 건 애저녁에 알고 있지만 긴 인생에서 보면 아주 작고 사소한 이런 일 하나도 맘먹은 대로 이루어지기 참 쉽지 않다.

월요일 퇴근시간, 서둘러 퇴근하려는데 다음날인 화요일에 연장근무 요청이 들어왔다. 갑자기 입원해야 하는 직원이 생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노라는 간절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날 퇴근길에 또 갑자기 한 친구로부터 만나자는 톡이 왔다. 이 또한 거절할 수 없는 이유와 상황이 있었다. 술까지 먹고 자정 넘어 귀가하는 바람에 문제집을 펼쳐놓은 채로 잠들어버렸다.

화요일 출근길에는 운전면허 2종 필기시험 유튜브를 졸면서 들었다. 근무시간에는 짬짬이 문제집에서 뜯어온 요약본을 들여다보았다.

특히 과태료, 벌금, 범칙금, 기간 등 숫자 관련 헷갈리는 문제를 집중해서 보았다.

 10시 무렵 귀가하자마자 모의고사를 풀어봤다. 40 문항에서 27개를 맞춰 67.5 . 합격선은 넘겼지만 불안한 점수다. 잠깐 쉬고 다시 2회를 풀었다. 31개를 맞춰 77.5점이 나왔다.

며칠 전 반도 못 본 문제집을 보고 남편은 한 번은 다 풀어보고 가야 될걸... 하면서 나를 긴장시켰다. 본인이 방심했다가 필기에서 한번 떨어졌던 과거가 있기 때문인 거 같았다.

반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문제집 하나 안 들여다보고도 한 번에 합격했다는 아들은 그렇게까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나를 또 한 번 안심시켰다.

 

열한 시 좀 넘어 남편이 귀가했다.

모의고사 풀었는데 60점 넘네... 괜찮겠지?”

내심 괜찮다고, 잘한다고 말해 주길 기대했나보다.

내가 어떻게 아냐?”

는 무뚝뚝한 대답에 화가 나려 했다.

12시 가까이 아들이 귀가했다.

모의고사 풀어봤는데 60점 넘네... ”

풀이 죽어 말했더니

거봐 엄마... 합격한다니까... 실제 시험은 더 쉬워... 더 잘 나올 거야 걱정 마... 엄마... ”

하면서 내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었다.

에고... 이쁜 녀석...

 

아들의 격려 덕분인지 3회 모의고사는 72.5점이 나왔다. 자신감이 조금 붙었다. 그러나 눈이 급속도로 피로해지는 시간이었다. 글자가 퍼져 보이고 사진을 보면서 풀어야 하는 문제는 사진이 정확히 보이지도 않았다.

아침에도 풀 수 있는 시간이 있겠지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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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큼 일찍 일어나질 못했다. 어영부영하다 보니 시간이 막 가버렸다. 차라리 일찍 시험장에 가서 공부하자 싶었다. 요즘 들어 잊어먹기를 잘해서 신분증 사진 접수비를 꼼꼼히 챙기고 두세 번 확인하고 카카오택시를 불러 탔다. 흐리고 쌀쌀한 날씨였다

"운전면허 시험 보러 가세요? 공부는 좀 하셨어요? 별거 아니에요.."

기사아저씨는 나의 도착지가 ㅇㅇ 운전면허시험장인 것에 무척이나 반가워하면서 막 얘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것 같아 보였다.

"뭐 물어보세요... 일단 아는 거 다 풀고 모르는 거는 무조건 긴 답 찍으세요... 시험장 가서는 답만 소리 내서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될 거예요.. "

"아는 게 있어야 물어보죠..."

대답은 그렇게 하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문제집을 꺼내려고 가방을 열었다.

... ... ...

문제집이 없었다.

어떡하지? 되돌아가야 하나? 다행히 아파트 빠져나와서 얼마 안 간 거리이긴 했다. 어떡하지? 어떡할까... 유튜브로 공부해도 되기는 하는데... 그래도 내 손때 묻은 문제집이 없으니 불안했다. 전쟁터에 무기 없이 투입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서 일찍 나서기는 했지만 다시 돌아갔다가 출발하면 시험시간이 너무 촉박할 것 같았다.

내가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는 중에도 택시는 달리고 있었다. 속도를 조금 줄인 것 같기는 했지만. 빨리 마음을 정해야 했다. 기사아저씨가 연신 어떡할 거냐고 재촉하셨다.

나는 결심했다.

" 다시 돌아가요... 갖고 와야 되겠어요..."

기사아저씨는 빠르게 택시를 돌렸다.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 문제집을 갖고 나와서 헐떡이며 택시를 탔다. 기사아저씨가 말씀하셨다.

"오늘 이걸로 액땜했으니 합격하겠네요... 합격하겠어요. , 좀 달리겠습니다..."

 

온라인 접수로 예약한 시간은 10 30분이었다. 응시표 작성하고 어쩌고 하다 보니 10 20분 정도...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되돌아가 문제집을 들고 나오느라 시간을 허비한 것이 이렇게 증명되었다. 기출문제 한 번 훑어볼 시간도 부족했다. 불안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창구 직원이 응시표를 보고 확인하며 도장을 찍으며 컴퓨터를 들여다보았다. 잠시 후 응시표를 건네주며 바로 3층에 가서 시험을 보라고 했다.

혹시나 싶어서 물어봤다.

"저기...  30분 늦게 보면 안 될까요??"

"그러면 11시로 하시겠어요? “

망설이고 주저한 행동이 무색할 만큼 빠르고 간단한 대답이었다.

"그래주셔요..."

너무나 간단하게 해결되어서 허망할 정도였다. 말 한 마디로 시험 시간을 늦출 수 있는 줄 모르고 망설이고 긴장하고 서두르느라 진땀을 흘린 것이다.

그렇게 30분의 시간을 벌었다. 3층에 올라갔다. 문이 굳게 닫힌 필기시험장 밖 대기실은 썰렁했다. 한두 명이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문제집을 펴 들었다. 기사아저씨가 말해준 대로 정답만 읽어나갔다.

생각해 보면 나의 시험운이 그리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학교 다닐 때 평균 90점 이상이 되면 우등상을 받는데 얼마나 많이 89점을 받아서 우등상을 놓쳤는지 모른다. 선생님까지 안타까워할 정도였다. 그 외에 살아오면서 있었던 이런저런 시험에서 합격선 바로 밑에서 탈락한 기억이 몇 번 더 있었다.

그러니 어찌 불안하지 않겠는가...

대기실엔 서너 명의 사람들이 들고 날 뿐 조용했다. 거기서 운전면허 시험 문제집을 꺼내 보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11 5분 전. 나는 보던 문제집을 집어넣고 핸드폰을 끄고 시험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89 !

합격이다...

그런데 하필 89점이다. 내 상처의 숫자 89!!

응시표에 합격 도장을 받고 1층에 내려왔다. 문득 궁금해졌다. 장내 교육 때 필기시험 합격증을 가지고 오라고 한 생각이 떠올랐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혹시 합격증이 따로 있는 건 아닌가 싶어졌다.

나는 두리번거리다가 입구에 앉아 출입자들 코로나 접종여부를 확인하는 직원에게 합격도장이 찍힌 응시표를 내밀며 물어보았다.

"제가 필기시험에 합격했는데 혹시 합격증이 따로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이게 합격증인 거죠? "

항공잠바를 입은 남자직원은 내가 내밀어 보이는 응시표가 합격증이라고, 따로 합격증이 있는 건 아니라고 대답해 주며 웃었다. 어이없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재미있어하는 것 같기도 한 표정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고 네... 수고하세요... 소년처럼 큰소리로 인사하고 돌아섰다. 돌아서는 내 등 뒤로 그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축하해요...

밖에 나와서 핸드폰을 켜고 남편 아들 단톡에 톡을 보냈다.

합격!!!

89 !!

남편은 꽃다발 이모티콘을 두 개나 보내줬다. 아들은

오호....

하는 감탄사를 보냈다.

예상외로 높은 점수라서 놀랐다는 표현이라고 나 혼자 해석했다.

나는 바로 그 때 나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이모티콘을 찾아 올렸다.

그리고 이렇게 썼다.

엄마 멋찌지? 1종 할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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