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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기계치의 운전면허 도전기 7

머니앤파워 2024. 7. 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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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로주행 시험!!
여기가 어디죠? 어디로...가야... 하죠?

 

(머니파워=황진교) 이 글은 2021 11 8일 운전학원에 등록하여 2022 1 12일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까지의 웃음과 눈물의 때늦은 도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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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6일 도로주행교육 1일차.

크리스마스도 지난 강추위 속에서 드디어, 운전대를 잡고 도로에 나갔다. 오늘도 역시 강사는 친절하지도 적극적이지도 않은 나이 드신 분이었다.

도로에서는 늘 방관자이고 조연이고 관객이고 승객이었던 나는 도로의 그 많은 차들이 충돌하거나 부딪치지 않고 하나의 커다란 물결처럼 유연하게 흐르듯 달리는 것이 가끔 경이로웠다. 물론 엄청난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안다. 나 스스로 그 물결 중의 한 줄기를 조종하는 운전자가 되는 일은 이 생에선 없을 줄 알았다.

12 29일 도로주행 교육 2일차.

이번 강사는 지금까지 내가 만난 강사 중 가장 친절했다. 말투가 부드럽고 다정해서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안정되었다. 그러나 조곤조곤 부드럽게 가르치고 지적하는 건 정말 좋은데 뭐랄까, 너무 세세하게 지적하는 단점이 있었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조금만 차체가 흔들려도 또 급하게 밟으셨네... 그렇게 밟으면 안 된다니까...... 천천히 스르르 미끄러지듯 밟아도 선다니까 그러네... 스르르 미끄러지듯이,,, 스르르 미끄러지듯이... 하면서 비오는 날의 중 염불하듯 중얼거렸다.

또 속도를 조금만 올려도 에헤이 너무 빨라 빨라... 속도가 일정해야지...빨라 빨라...

1일차 강사는 아무 말 없이 그냥 넘어가던 것까지 다 지적해서 설명인지 잔소리인지 혼잣말인지 애매한 말을 오뉴월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뜨렸다.

아휴... ...

해가 바뀐 2022 1 6일 추가로 신청한 세 번째 도로주행 교육 날이었다.

교육시간은 오후 5 20. 고교졸업생과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로 시간 잡기가 어려워서 겨우 잡은 시간이었다.

어두워지다가 어두워져버린, 더구나 퇴근시간. 그래서 헤드라이트 불빛 휘황한 도로에 운전대를 잡고 나가야 했다. 4개 코스 중 안 가본 두 개 코스를 주행했는데 기계치 못지 않은 길치인 나에겐 도무지 입력이 안 되는 코스였다. 낮에도 그러했는데 밤이니 더욱 햇갈릴 수 밖에.

저 길이 저번에 했던 A 코스잖아요... C코스는 여기서 이렇게 가는 거지... 그리고 저기서 겹치는 거지... 알겠어요?

강사가 차창 밖의 여기 저기를 손짓하며 설명했다. 한 두 번 고개를 갸웃거리며 잘 모르겠다는 표현을 했다. 그러나 세 번째 설명을 해도 이 코스와 저 코스가 어떻게 다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비슷하기만 하고 헷갈리기만 했다. 그러나 더 이상 모르겠다고 할 수가 없었다. 강사의 톤이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모르는 체로 그냥 네 네... 해버렸다.

이 도로가 그 도로 같고 그 도로가 이 도로 같기만 했다. 어떻게 어떤 길로 돌아왔는지 가수면 상태처럼 모호했다.

내일이 드디어 도로주행 시험!!

안 되겠지? 안될 거야.. 두번이나 세번 떨어질 각오 해야지... 모두 그랬다잖아...그렇게 마음을 다독였다.

또 우황청심원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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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주행 첫 번째 시험은 1 7일 오후 한 시에 있었다.

20대 초로 보이는 앳된 여자애와 키가 크고 곧고 마른 체형의 시험관과 노란색 도로주행 차에 탔다. 길쭉한 얼굴에 짧은 스포츠형 히끗한 머리의 시험관은 해병대 출신처럼 강인해 보여서 한치의 실수나 오차도 봐주지 않을 것 같았다.

코스 선택 랜덤에서 여자애가 A코스가 되었고 나는 B코스가 되었다. B코스보다는 A코스가 더 쉽지만 B 코스보다 더 어려운 C, D 코스가 안된 것은 다행이었다.

여자애는 침착하게 잘 출발했다. 그런데 주택가와 상가를 빠져나와 도로로 진입해야 하는 순간에 잘못 들어가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시험관은 가차없이 바로 실격처리를 해버렸다. 자기가 브레이크 밟지 않았으면 사고가 났을 만큼 위험했다고 덧붙이면서. 나는 여자애가 브래이크를 밟은 줄 알았는데 시험관이 밟은 거였다.

시험관이 여자애의 남은 코스를 운전해 갔다. 그리고 내가 출발해야 할 코스에서 나에게 운전석을 넘겨 주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온 것이다. 무리 없이 잘하는 것 같았다. 걱정했던 차선변경도 잘하고 신호도 잘 지키고 멈추면 중립으로 바꾸는 것도 잊지 않았고... 중간에 방향지시등을 켜는 건지 끄는 건지를 잊어버린 것 같기는 했다.

어느새 거의 다 온 것 같았다. 뭐야... 이거 합격인 거 같은데...시험관도 아무 말이 없고... 뭐지? 합격인가? 설마...

첫 주행시험인데 일단 끝까지 온 것이 기적 같았다. 동승한 젊은 여자애도 금방 실격되었는데...

그때였다.

갑자기 주황색 신호등이 눈에 들어오면서 급브레이크...

끼익!!

거의 다 와서 잠시 신호등을 놓쳐버렸다. 흥분했거나 방심했거나...아니 흥분하여 방심했겠지...

그때서야 말 한마디 않고 있던 시험관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

주변을 둘러보았다. 건물 간판 불빛 어둠 도로 ,,, 도로 어둠 불빛 간판 건물...낯익은 듯 낯 선...

여기가 어디인가...꿈인가 현실인가...

".... 여기가... 어디죠?... 어디로... 가야...... 하죠?"

나는 길의 한복판에서 길 잃은 미아처럼 중얼거렸다.

시험관이 어이없다는 듯 잠시 말이 없었다.

"우회전해야 하는데 지금 직진하는 차로에 있잖아요... 이 차로는 나가는 차로예요... 우리는 우회전해서 들어가야 하고... 학원으로 다시 들어가야지 어디로 가려는 거예요? 점수 미달 불합격이에요..."

나는 나도 모르게 튀어 오르는 목소리로 반문했다.

"어머 왜요? 나 잘한 거 같은데...아무 말 없으셨잖아요?"

시험관은 자신이 갖고 있던 태블릿 피씨를 들여다보며

"방향지시등도 몇 번이나 안 껐고요... 첫 시동도 잘못 걸었고요... 안 해도 될 차선변경도 했고요... 속도도 일정치 않았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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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로 시험날을 또 잡고 또 55000원 결제했다.

터덜터덜 또 패잔병이 되어 학원문을 열고 나오는데 학원 앞 장내기능시험 수험생 대기실에 수험생들이 여럿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운전면허용 노란 차들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시험장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봐서 그런가 모두 불안 초조해 보였다.

저 과정을 지나왔으니 이 과정도 곧 지나가겠지... ...

그 생각이 불합격한 실망과 또 봐야할 시험에 대한 불안으로 축 쳐진 나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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