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회사 문엔지니어링 선택…경실련 “급여 반납하라”
(머니파워=강민욱 기자) 충남 당진 출신의 문헌일 서울 구로구청장이 임기 2년을 남겨두고 16일 직을 전격 사퇴했다.
사퇴의 변으로 법원이 본인이 보유한 회사 주식과 구청장 직무 사이에 업무 연관성이 있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회사와 구청장직 사이에 업무 연관성이 없다고 반발한 결과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도 나서 공직보다 사익을 선택한 것으로 그를 뽑은 유권자와 지역 주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며 “주민에게 사과하고, 그동안 받은 급여 반납하라”고 촉구했다.
문 전 구청장은 올해 3월 공개한 재산자료에 따르면, 문 구청장의 재산은 196억 3446만 원에 이른다. 문 전 구청장은 지난 1990년 정보통신설계, 감리, IT컨설팅을 목적으로 문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2024년 4월 8일 현재 기준으로 문 구청장은 주식 48%을 보유한 문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다. 이어 박용헌 30%, 김성만 10%, 송재복 6%를 문엔지니어링의 주식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구청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현재까지 문 전 구청장은 문엔지니어링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전자공시에 나타났다.
269억의 총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문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 350억 2966만 원을 올렸고, 2022년 347억 5974만 원 대비 약 10%의 매출 증가를 이뤘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202억 원에 이른다.
이같은 주식 보유가 공직자의 직무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인사혁신처 산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는 해당 주식(4만 8000주)의 백지신탁을 명령했다. 그러나 문 구청장은 이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백지신탁이란 공직자가 재임 중 재산을 공직과 무관한 대리인에게 맡기고 절대 간섭할 수 없게 하는 제도로 고위관료나 국회의원들에게 주식투자의 길을 열어주면서도 공정성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식이다. 외국에서는 ‘블라인드 트러스트(Blind Trust)’로 불린다. 이런 제도를 문 구청장은 거부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헌일 구청장의 사퇴 이유가 매우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까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사퇴한다고 하는데, 이런 사람을 구청장으로 공천했느냐”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호준석 국민의힘 구로갑 당원협의회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전 구청장이 공직자윤리법상 백지 신탁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과 사법부 결정 이후 당과 협의 없이 백지 신탁 대신 공직 사퇴를 택한 데 대해서도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자신을 선출한 유자와 구로구 주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며 공직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경실련은 “인사혁신처가 문 구청장의 주식 보유와 구청장 직무 사이에 이해충돌의 가능성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면서 “구청장은 지역 행정, 예산 배분, 기업 지원 등 다양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고 시간을 끌다가 결국 사익을 선택한 그의 결정은 공직자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특히 “이로 인해 공직 수행한 기간에도 재산 지키기에 급급하지는 않았는지도 의문”이라며 “재직 중 받은 급여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지고 반환하며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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