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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의 거리에서 목격한 살색 레깅스 입은 맨 엉덩이 같은 엉덩이

머니앤파워 2025. 2. 1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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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자가 노인의 곁눈질을 알아챘다면? 그래서 성추행으로 고소를 했다면? 나의 못 말릴 상상력이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건 누구의 잘못일까? 저절로 눈길이 가도록 입고 나온 여자의 잘못일까 자제하지 못하고 흘끗거린 노인의 잘못일까? 만약 내가 증인으로 법정에 선다면 누구를 옹호하는 듯이 증언해야 할까?

(머니파워=황진교)  오전 11시 무렵 입춘 한파로 꽁꽁 언 거리는 전염병이라도 덮친 듯 한산했다. 나는 롱패딩과 넥워머로 완전무장을 하고 며칠 만에 천변을 한 시간 가까이 산책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가끔 들르는 무인카페에 가서 뜨거운 커피 마시며 잠시 앉아 있다가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걸음을 서둘렀다.

어느 순간 내 앞을 걷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여자는 반대편 인도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내 앞을 걷게 된 것이었다.

 

오마이가아앗.....

 

나도 모르게 이런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아니 감탄사가 아니라 낮은 탄식에 가까웠다. 앞서 걷는 여자의 엉덩이가 얼핏 아무것도 입지 않은 맨 엉덩이로 보였다. 하의실종... 한파 속 하의실종 패션이었다.

여자는 살색 레깅스를 입고 있었는데 춥지도 않은지 느릿느릿 걸었다. 살색이어서인지 몰라도 두꺼운 겨울용 기모 레깅스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겨울용 스타킹인가 싶기도 했다. 위에 입은 베이지색 패딩잠바는 허리춤에서 깡뚱했다.

엉덩이의 세로로 난 골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며 만들어지는 엉덩이와 허벅지의 경계에 살이 접히는 모습도 너무나 적나라했다. 다행히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그 엉덩이를 보는 사람은 일단 나 뿐이었다. 머리엔 패딩점퍼에 부착된 모자를 썼고 탈색염색한 금발 머리가 양쪽 어깨에 늘어뜨려져 있고 무릎까지 오는 긴 양말은 짙은 회색이었고 크록스샌들을 신었다.

 

잠깐 편의점에 나온 것일까 잠깐 산책 나온 것일까 운동을 가는 길인가 운동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인가...그 어떤 경우라도 너무 민망한 복장이 아닌가 싶었다. 한파로 더욱 한산해진 평일의 오전시간임을 감안하더라도.

그리고 여자의 엉덩이는 소위 말하는 애플힙도 아니었다. 애플힙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좀 작고 납작한 평범한 일반 엉덩이로 보였다.

등산을 할 때도 러닝을 할 때도 야외의 그 어디에서도 레깅스 차림을 흔하게 본다. 그러나 저렇듯 얼핏 맨 엉덩이로 보일 수도 있는 살색 레깅스를 입고, 그것도 실내도 아닌 야외의 거리를 느릿느릿 걷는 것은 지금까지의 내 기억 속에 없는 것 같았다.

 

왜 여자는 하고 많은 색깔 중 저 살색을 택했을까 그리고 왜 입고 나왔을까... 남들의 시선을 끌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을까? 그것도 거북함이나 민망함의 곱지 않은 시선을? 아니 어쩌면 부러운 시선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걸까? 그걸 원해서일까? ? 관종인가? 부러워하든 민망해하든 속으로 욕을 하든 관심만 끌면 그만인?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남이사 전봇대로 이를 쑤시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는 남의 시선이나 사회적 통념 따위 상관 않는 돈키호테식 배짱이고 자유일까?

 

아무리 그렇더라도 영하의 추운 날씨에.. 검은색 레깅스를 입지.,, 검은색이 아니면 좀 짙은 색으로... 아니면 엉덩이가 덮이는 긴 패딩을 입던가... 패딩 속 티셔츠라도 길게 입지... 차라리 생리혈을 묻혔다면 다가가서 말이라도 해줄 텐데... 생리혈을 묻힌 것보다 더 민망하지 않은가... 생리혈은 실수겠지만 저 살색 레깅스는 실수로 입지는 않았을 터.

아니 혹시 실수로 입고 나온 건 아닐까... 집에서만 입고 있는 건데 급하게 나오느라고? 그렇게 단정 짓기엔 여자의 걸음은 너무 느리고 한가로웠다. 만약 내가 다가가서 아가씨... 복장이... 엉덩이가 너무... 너무... 보기가 민망하네요...라고 한다면 어떻게 나올까? 아줌마가 무슨 상관이에요? 별꼴이네 정말... 그렇게 대거리를 하려나... 아니면 그렇게 보기 그렇나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나왔는데...라고 부끄러워하면서 서둘러 엉덩이를 손으로라도 가리고 돌아가려나... 주위에 사람들도 없는데 한번 용기 내 볼까?

 

그런 생각을 뒤죽박죽 하며 걷는데 맞은편에서 머리가 히끗한 점잖아 보이는 노인이 걸어왔다. 인도는 세 사람 정도가 걸으면 어깨가 부딪칠 넓이였다. 요즘 유행하는 이런 문장이 떠올랐다. ‘민망함은 왜 나의 몫인가...’

여자를 사이에 두고 나와 노인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고 여자와 노인의 거리는 더욱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나는 어느새 나도 모르게 노인의 눈을 주시하고 있었다. 당연히 노인이 눈치채지 못하게 주의하면서. 황인종 특유의 작은 눈과 눌러쓴 모자의 도움으로 나는 안경 속 노인의 눈길이 여자에게로 돌아가 슬쩍 아래로... 내려가는 걸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노인이 행인 1’ 처럼 퇴장하자 나는 노인이 곁눈질로 봤을 여자의 엉덩이 앞이 궁금해졌다요즘엔 와이존 커버 레깅스도 와이존 커버팬티도 있다고 하던데... 그걸 입지 않았다면... 그건 입었겠지...

 

만약 여자가 노인의 곁눈질을 알아챘다면? 그래서 성추행으로 고소를 했다면? 나의 못 말릴 상상력이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건 누구의 잘못일까? 저절로 눈길이 가도록 입고 나온 여자의 잘못일까 자제하지 못하고 흘끗거린 노인의 잘못일까? 만약 내가 증인으로 법정에 선다면 누구를 옹호하는 듯이 증언해야 할까? ... 모르겠다... 여자들의 야한 패션이나 노출패션과 성추행 성폭행 몰래카메라 등 범죄행위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갑을논박이 가끔 매스컴에 오르내리기도 하니까 말이다.

 

나의 이런 생각을 알리 없을 여자가 걸음을 멈추었다. 도로 옆 키 작은 사철나무에 바싹 붙어 서서는 핸드폰 키보드에 뭔가를 빠르게 입력하고 있었다. 여자의 몇 발자국 뒤에 가던 나는 자연스럽게 여자를 앞질러 걷게 되었다. 앞모습이 점점 더 궁금하지만 돌아볼 수는 없었다.

내가 가려는 무인커피숍에 도착했다. 무인커피숍 문을 열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여자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여자는 패딩점퍼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시 걷고 있었다. 나는 행여 여자가 눈치챌까 자연스럽게 고개를 거두어 커피숍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5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행여 여자가 눈치라도 챌까 봐 나름 긴장했으므로 뒤에서 엉덩이를 볼 때처럼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커피가 내려지는 걸 기다리며 떠올려보니 아무래도 와이존은 커버를 한 것 같았다. 엉덩이처럼 적나라하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레깅스가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이 된 지는 오래되었다. 특히 레깅스를 입고 가볍고 경쾌하게 등산이나 러닝 등 야외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나에게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레깅스를 입고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의 몸의 곡선이 저렇게 아름답구나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레깅스를 입어도 행여 나를 보는 타인이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정도가 되면 나도 레깅스를 입고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하곤 한다.

 

그리고 난 누구보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공공의 질서를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의 그 자유 말이다. 저마다의 자유가 흐르는 거리는 밝고 아름답고 생기발랄하다.

 

이런 나도 얼핏 맨 엉덩이로 보일 수도 있는 살색 레깅스만 입고 거리에 나서는 건 정말이지 정말이지 만류하고 싶다. 굳이 살색 레깅스를 입고 싶다면 엉덩이는 가려 줬으면 싶다. 살짝 가려 주는 게 더 매력적인 것은 만고의 진리다.

 

저만치... 두껍고 무거운 옷을 벗어던질 계절이 오고 있다.

 

#살색 레깅스 #맨 엉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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