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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대 기계치의 운전면허 도전기 4

머니앤파워 2024. 7. 1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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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하게 끝난 기능교육 그리고
눈물의 첫 기능시험 실격

(머니파워=황진교 )  이 글은 2021 11 8일 운전학원에 등록하여 2022 1 12일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까지의 눈물과 웃음의 도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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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영하로 뚝 떨어진 12 1일은 장내기능교육이 있는 날이었다.

또다시 어영부영 갈팡질팡 하다가 12월을 맞이했다는 자괴감과 매서운 날씨 때문인지 아침부터 우울했다. 너무 늦게 시작한 운전면허 도전에 대한 후회도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학원은 롱패딩을 입은 젊은 교육생들과 항공잠바를 입은 나이 든 강사들로 붐볐다. 긴장과 활기가 동시에 느껴졌다. 11시 교육 시간이 다가오자 막 교육을 끝낸 교육생 한 명과 강사 한 분이 세트처럼 줄지어 들어서고 있었다. 어떤 세트는 아빠와 딸(아들)처럼 다정하고 어떤 세트는 스승과 제자처럼 어색했다. 그들은 학사관리교육예약시스템 앞에 줄을 서서 차례로 교육을 끝냈다는 카드 센싱을 했다. 간단한 인사로 교육생과 헤어진 강사는 바로 다음 순서로 배정된 교육생 이름을 불렀다. 도떼기시장처럼 붐비고 왁자한 맨 뒤편에 나는 그저 긴장된 모습으로 두리번거리며 내 이름을 불러주기를 기다렸다. 내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좀 답답하더라도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강사이기를 바랐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강사는 키가 크고 마르고 눈매가 매서웠다. 드라마에서 악인으로 자주 나오는 배우를 닮았다.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나는 주눅이 들었다.

... 드디어... 운전석에... 앉았다! 그리고 운전대를 잡았다!!

이 사실 하나 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렸다. 정녕 이 크고 위험한 기계를 내가 움직인단 말이지... 이게 무슨 일이야.. ’

내가 당시의 내 감정을 너무 과장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진짜 그랬다. 나에게 운전은 그런 것이었다. 이번 생에서는 결코 넘을 수 없는 벽,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거의 단정짓고 있었다.

긴장과 흥분으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한편 내가 손 끝 하나 잘못하면 어디에 처박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엄습했다. 너무 긴장하고 흥분해서 강사의 말이 선명하게 들리지 않았다. 한마디 말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욕으로 신경을 곤두세우는데도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강사의 설명보다 내 손발에 의해 앞으로 나아가는 자동차에 온 신경이 쏠려 있었던 것이다. 강사는 분명 조금 전에 가르쳐 줬다는데 나는 들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그런 답답한 상황이 교육시간 내내 이어졌다.

교육 두 시간(10분 휴식)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지나갔다. 시키는 대로 하고 지적받고 수정해서 하다가 또 지적받고 또 지적받고 또 또 지적받고 좀 전에 가르쳐 줬잖아요... 좀 전에? 어떻게 하라 했더라.... 오른쪽이랬나 왼쪽이랬나... 핸들을 한 바퀴 돌리랬나 반바퀴 돌리랬나... 그런데 한 바퀴가... 이 정돈가? 처음 시작된 지점이 어디더라... 어디라고 했더라... 손에 힘을 푸세요... 아 예... 또 또 힘준다... 그렇게 콱콱하면 안 돼요...에이 참...

강사는 그리 친절하지도 않았고 그리 열성적으로 가르치려 하지도 않았다. 열심히 설명은 해 주는데 나의 긴장과 두려움과 이해를 고려해 주지 않는 일방적인 설명으로만 다가왔다. 나는 그런 강사의 설명과 태도도 최악의 교육생인 나 때문인 것만 같았다.

기진맥진보다 더한 상태로 교육을 마쳤다. 자동차의 모든 부품이 나의 머리에 들러붙어 나의 뇌신경을 쭉 쭉 다 빨아들여 나는 머리가 텅 빈 바보 백치 멍청이 쭉정이가 되어 버려진 것 같았다.

12 2일의 두 번째 강사는 인상은 푸근한데 작고 구부정하고 나이가 꽤 많아 보였다. 내가 화들짝 놀라며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어이쿠 어이쿠 끙... 하면서 쇠를 긁는듯한 숨을 몰아쉬며 쿨럭거렸다. 오죽하면 내가 잘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젊은이 배정받으셨으면 덜 힘드셨을 텐데... 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까지 했다

강사는 어제의 교육으로 이미 나에 대한 정보를 일부 들었는지 교육 들어가기 전부터 추가 교육 신청을 빨리 하라고, 늦게 하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고 독촉했다.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과 뚝 떨어진 자신감 때문에 망설였으나 두 시간 교육 후 결국 추가 두 시간(134000 )을 더 받기로 했다.

추가교육은 또 다른 강사가 배정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고령이고 풍채가 좋은데 비해 목소리가 가는 분이셨다. 두 번의 교육으로 아주 조금 자동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또 아주 조금 배짱이 생겼는지 강사에게 투정 같은 불만을 터뜨렸다.

원래 이렇게 교육 때마다 강사가 바뀌냐고, 강사님들마다 조금씩 가르치는 게 다르다고, 그리고 개인적인 느낌일수도 있겠으나 고압적으로 가르치는 듯 하여 더욱 기가 죽는다고... 그동안 눌러온 말을 해버렸다. 그래서인지 좀 친절하게 가르쳐주려 애를 쓰는 것 같았지만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단 일주일 후 시험을 보기로 했다. 실제적인 교육 외에 나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유튜브 동영상.

유튜브에 ㅡ운전면허 2종 기능시험ㅡ을 입력하면 수많은 동영상이 나온다. 친절하고 열성적으로 가르치는 영상, 차분하고 섬세하게 가르치는 영상, 독학으로 한 번에 붙었다는 영상, 기능시험 6수째라는 영상, 직각주차영상, 우회전 좌회전 영상...

나는 그중에 내가 가장 잘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진 동영상 몇 개를 골라 따로 저장해 둔 다음 시간만 나면 거듭거듭 돌려 보았다. 일주일 동안 출퇴근길은 물론 모든 여유시간을 거기에 투자했다.

드디어 머릿속에 시험코스를 다 집어넣었고 좌회전 우회전 방법 직각 T자형 주차 요령도 다 외웠다.

나 좀 가르쳐 주면 안 돼?”

12월이라고 거의 매일 늦게 귀가하는 남편에게 부탁했더니 학원 강사한테 돈 내고 제대로 배우라는 말이 돌아왔다. 기대하지 않았으므로 실망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다. 남편에게 운전 배우다가 싸움을 너머 이혼 위기까지 갔었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온 터였다. 그래서 사실은 그런 부탁 한번 안하면 서운해할 듯 하여 해 본 말이었다.

12 8, 드디어 기능시험날이 왔다. 시험 보기 직전까지 동영상을 놓지 않았다. 다행히 날씨는 춥지 않았다.

운전석에 처음으로 혼자 앉았다. 숨이 턱 막혔다.

침착 침착 침착해... 아무리 주문을 걸어도 손끝이 떨리고 심장이 튀어나올 듯이 뛰었다.

안전띠 매고 의자 당기고...

ㅡ잠시 후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니터에서 수없이 들어서 낯익은 기계음이 나왔다.

5초 내에 엔진 시동을 거세요...

브레이크 밟고 끝까지 돌려주기, 중얼거리며 그대로 했다.

부르릉...시동이 걸렸다. 핸들을 잡은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ㅡ운전장치조작능력을 점검합니다.

ㅡ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세요

ㅡ오른쪽 방향지시등을 끄세요

ㅡ 와이퍼를 켜세요...

ㅡ와이퍼를 끄세요..

ㅡ출발하세요...

출발? 출발... 왼쪽 방향지시등 켜고 주차브레이크 내리고 변속기 레버 드라이브에 놓고... 브레이크에 올려진 발을 뗀다. 차가 움직인다. 간다... 간다... 곧 경사로 코스가 나오겠지...

침착하게... 할 수 있어... 괜찮아 괜찮아...

그런데

10점 감점입니다ㅡ

라는 기계음이 들렸다.

뭐지? 아 맞다.... 삐 소리 나면 방향지시등 꺼야 하는데 까먹었네... 벌써 10점 감점... 출발하자마자...

머릿속이 자꾸 안개가 끼듯 흐려졌다. 어떡하지.,. 정신 차려 정신 차려...

경사로가 나왔다. 엑셀 살짝 밟으며 올라가서 흰색선 보일 듯 말 듯할 때 정지, 모니터보고... 3초 후 다시 엑셀 밟고 올라가서 브레이크 살짝살짝 밟아주며 내려와서... 죄회전인데... 좌회전할 땐 앞에 중앙선이 안 보일 때까지 직진하다가 안 보이면 왼쪽 사이드미러로 시선을 돌려 사이드미러 밑에 중앙선이 나타나면 핸들을 돌려야 하는데... 아 근데 왜 선이 안 보이지? 선이 어디 간 거야... 일단 돌려보자... 돌았다... 돌았나?

또 한 번 좌회전코너다... 근데 선이 선이 왜 안 보이지... 왜 똑바로 안 가지? 술 취한 자동차처럼 가네... 교차로 코스... 교차로... 교차로... 보인다... 빨간불이다... 정지..... 잘했어... 파란불 바뀌었다 출발... 천천히 천천히... 참 이상하다 왜 똑바로 가지를 않지?? 진행요원이 직각 T자형 주차 자리를 수신호로 알려준다. 주차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연석선과 어깨선 맞추랬지? 연석선...이 정도? 맞은 건가? 맞지? 됐지? 오른쪽으로 핸들 다 돌려서 진입한다... 진입 후 차가 정면이 되면 핸들 풀어준다... 풀어주고...그다음에...오른쪽? 아니 왼쪽.. 왼쪽... 직진하다가... 또 어깨와 연석선 맞춰야는데...맞추고... 맞은 건가? 맞은건가?

핸들을 오른쪽으로 반바퀴 돌리고 조금 들어가다가 이번엔 노란 선 모퉁이랑 차 손잡이 일직선 맞춰야는데... 일직선... 일직선인가? 맞나? 그러면... 왼쪽으로 핸들 다 돌리고 변속기 레버 후진으로 바꾼 뒤... 후진 후진... 뒤로... 가기는 가는데 이상하다... 어 어? 어디로 가는 거지? 사이드 미러에 노란선이랑 차랑 일직선이 되는 게 보이면 핸들을 풀어주랬는데... 오른쪽이었나? 왼쪽이었나? 아니 왼쪽으로 다 돌렸으니 풀어줄 땐 오른쪽이지... 맞나? 맞지... 근데 일직선 일직선... 왜 일직선이 안되지... 안 보이지? 안 보이지? ? ? 어디로 가는 거지? 어디로? .,. .,. 어디 걸렸나... 차가 안 움직이네... 안 움직이네...

머릿속이 불투명한 액체로 가득 찬 듯 출렁이며 정신이 혼몽해졌다.

진행요원이 다가와 문을 열었다.

"실격입니다..."

나는 내릴 힘이 없어서 멍하게 앉아 있었다.

"내리세요..."

진행요원이 재촉했다.

내려서 보니 차는 좁은 T자형 주차장에 대각선으로 끼여 있었다.

"타세요..."

진행요원이 내가 내린 운전석에 앉으며 멍청하게 서 있는 나에게 말했다. 나는 맥없이 운전석을 내어주고 조수석에 앉아 출발선으로 힘없이 실려왔다.

"어쩐지... 멀리서부터 불안 불안하더라고요... 그렇게 긴장해서 도로 어떻게 나가요...."

진행요원의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말에 왈칵 쏟아질 것 같은 울음을 애써 꾹 삼킨다.

사무실엔 상기된 얼굴의 교육생들이 하나 둘 들어왔다. 당당하게 창구로 다가가 합격했다고 말하며 직원과 함께 도로 주행 시험 일정을 잡았다. 내 차례가 되었다.

"실격했는데요..."

말하며 앉았다. 그리곤 창구에 바싹 얼굴을 갖다 대고 물었다.

"지금 그만두면 얼마 정도 환불이 가능한가요?“

"기능교육까지 받았으니 도로주행비 45만 원 환불받을 수 있어요... 어떡해요... 좀 젊을 때 하시지 그랬어요..."

안타까워하는 직원에게 나는 쓴웃음조차도 보일 수 없었다.

그래도 한가닥 남아있는 오기로 일주일 후 재시험(55000 )을 등록했다. 지금까지 거의 백만 원이 들어갔다.

진이 다 빠져서 집에 갈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등록하러 온 첫날에 봐 둔 학원 뒤쪽 공원 안으로 터덜터덜 걸어 들어갔다. 드문드문 오가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소나무 밑 편편한 돌 위에 아무렇게나 퍼져 앉았다. 그제야 참고 눌러뒀던 눈물이 터졌다. 한심하고 한심하고 또 한심했다. 들인 시간과 에너지에 비해 너무도 어이없는 실격이라는 생각에 더욱 한심했다. 울다 보니 단순히 기능시험 실격이 아니라 삶이라는 도로에서 실격당한 듯 절망스럽고 비참해졌다. 눈물은 한참 동안 그치지 않았다. 그치고 싶은데 그쳐지지 않았다.

다음날 밤 아파트 안에 차량과 인적이 뜸해진 11시 넘은 시간에 아들을 옆에 태우고 운전석에 앉았다.

처음엔 좀 헤맸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정말로 정말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감이 왔다. 아 이쯤에서 돌리면 되겠구나... 브레이크는 이런 식으로 밟으면 되겠구나... 왜 이렇게 잘하지? 근데 어제 시험 때는 왜 그렇게 바보가 되었지? 단순히 시험이 주는 긴장감 때문이었을까.

뭐야 약 올리는 거야? 왜 이렇게 잘 되지? 별거 아니잖아...

... 내가 아주 감이 없는 건 아니네 우하하하...

그러니까 학원에서의 그 교육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허공에 사라진 건 아니었다는 말이다. 알게 모르게 나의 뇌리에 스며들어 있었던 것인가?

엄마야 조심해 흥분하지 말고 자만하지 말고...

아들이 꽥 소리를 질렀다.

내가 자신 있게 좁은 아파트 안 주차된 차들 사이와 좁은 2차선 도로를 휘젓듯이 돌아다니자 이번엔 아들이 안절부절못했다. 엄마 차가 삐딱하잖아 그렇게 빨리 돌리지 마.... ... ... 엄마 엄마 조심해... 모퉁이를 돌 때마다 엄마 엄마 하면서 불안해했다. 내가 운전석이잖아 너는 조수적이고 짜샤... 네가 보기엔 삐딱해도 내 자리에선 똑바르거든...

그러나 정면에서 차가 들어올 때는 어쩔 수 없이 차를 세우고 나가 서둘러 아들에게 운전석을 내주었다. 앞에 사람의 그림자만 보여도 바짝 긴장이 되어 차를 세웠다.

두 시간 정도를 그렇게 왔다 갔다 하다가 용기를 내서 아파트 밖 학교 앞까지 진출했다가 돌아왔다. 오는 길에 퇴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았다. 나는 차창 밖으로 여보! 를 외친 후 그 앞을 보란 듯이 휙 지나갔다.

어둠 속에서 어 어... 하면서 놀란 모습으로 서있는 남편의 모습이 아주 통쾌했다.

그러나 남편의 칭찬을 기대하며 자랑스럽게 돌아온 나에게 뜻밖의 폭풍 잔소리가 떨어졌다. 그렇게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사람이라도 아니 남의 차라도 긁으면 바로 구속된다고... 무면허로 운전대 잡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아냐고... 면허증 딴 다음에 연습하는 거라고...

나는 남편의 잔소리에도 히죽히죽 웃었다.

아 그런데... 시험의 긴장감은 어떻게 하지... 친구 말대로 우황청심환이라도 먹어야 하나...

그리고 아들도 가르쳐 주기 힘들다는 T자형 직각 주차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밝아진 맘에 또다시 먹구름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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